유부남이었던 갑남은 2005. 2.경부터 을녀와 사귀다가 2005. 9.경 전처와 이혼하고 을과 혼인을 약속한 후 2005. 10.경부터 같은 해 11월 중순경까지 을의 집에서
간헐적으로 정교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을이 갑자기 자신의 언니 집에서 기거하면서 전화를 하면 잘 받지도 않고 갑을 만나주지도 않는 등, 갑을 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은 을과 상의를 하거나 승낙을 얻지도 않은 채 “혼인신고를 하겠다.”라고 일방적으로 통지만 한 후, 2006. 3.경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신고를 마쳐버렸습니다.
문) 갑의 일방적 혼인신고가 유효한 것인가요? 그리고 갑의 이런 행위를 처벌할 방법은 없나요? 갑은 만약 혼인신고가 무효가 되더라도 갑과 을은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므로
을이 갑을 피하는 등 사실혼관계를 파탄에 이르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갑에게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갑의 주장이 사실인지요?
답) 일반적으로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는 데 반하여,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합니다.그리고 혼인 당사자 간의 혼인할 의사의 합치는 혼인신고서를
작성할 때는 물론이고 혼인신고서를 호적공무원에게 신고할 때에도 존재함을 요하므로, 일단 의사의 합치 아래 유효하게 신고서를 작성하였더라도 그 제출 전에 일방이
타방에 대하여 혼인의사를 철회한 경우나, 호적공무원에게 혼인의사를 철회하였으니 그 수리를 하지 말도록 말한 경우에는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신고서가 제출되었더라도 그 혼인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1983. 12. 27. 선고83므28판결 참조).그런데 사안의 경우, 을에게 혼인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을이 언니 집에서 기거하며 갑을 피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혼인의사가 철회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갑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서 한 혼인신고는
무효입니다. 그리고 을의 동의나 승낙 없이 갑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서 한 혼인신고는, 형법상 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 공정증서 원본불실기재죄, 공정증서
원본불실기재행사죄에 해당하므로 을은 갑을 이러한 죄로 고소하여 처벌받도록 할 수 있습니다.마지막으로, 갑과 을의 관계는 서로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의 합의로써
약혼단계에 있었다고는 볼 수 있으나, 간헐적 정교관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객관적으로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따라서 을이 언니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갑의 전화를 받지도 않는 등 갑을 피하였다고 하여도 이로써 갑이 을을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의 책임을 묻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