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KTX를 탔다. 마침 마주 앉아 가는 동반석에 부모와 중고생으로 보이는 가족 넷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들은 서울에서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세시간여 동안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각자 휴대폰만 붙들고 있었다.
소통의 편리를 위한 도구가 가족간 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되어버린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와 윤택함을 주고있다.
휴대폰의 기능을 넘어 인터넷, 쇼핑, 뱅킹, 뉴스, 날씨, SNS, 게임 등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매체로 발전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 덕분에 우리나라는 현재 스마트폰 보급률이 약 70%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폐해를 양산한다. 스마트폰이 꺼지면 불안감을 느끼는 어른, 채팅을 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청소년, 스마트폰으로
온종일 게임을 하는 어린이까지 전 세대를 막론하고 스마트폰 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요즘 연인들은 헤어질 때도 스마트폰을 통해 이별을 통보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벌은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몇 시간 동안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경기도에서는 한 여중학생이 부모가 스마트폰을 못하게 한다고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스마트폰 중독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지적 성장이나 인간관계 형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인슈타인은 일찌기 “과학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을 그 날이 두렵다. 세상은 천치들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가 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어느새 스마트 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올해 정부는 미래부·교육부 등 8개 부처 합동으로 스마트폰 중독위험 예방과 해소를 위해 몇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초·중·고생 예방교육 의무화, 중독대응센터 운영, 치유학교 설립 등이 골자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와 관련 주체들이 연계된 합리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정책적 제도 마련, 스마트폰 중독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예방책 등이 주요한 정책적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