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을 돌아보며 (법률신문 목요일언 - 8월 21일)

작성자
visionall
작성일
2014-08-21 14:05
조회
10325
미국의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즈(NYT)가 지난주 윤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의 계속되는 수치(More shame in South Korea)’라는 제목 하에 우리의 군대와

사회문화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사설을 실었다.

최근 윤일병의 사망 원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일부 군 구성원들의 자기 변명과 책임 전가식의 언행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과 책임의식 내지는 리더십 수준에 우려를 넘어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필자는 수년전 윤일병 사건과 유사한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군대 내에서 선임병들의 심한 구타와 폭언으로 피해자가 군을 제대하고 난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을

한 사건이다. 이 사건도 하마터면 거의 묻힐 뻔 했지만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피해자 아버지의 수년간에 걸친 눈물 어린 집념의 결과로 요행히 진실을 밝히고 승소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당시 피해자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오직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지방과 서울을 헤아릴 수 없이 오가며 수년간에

걸쳐 사투를 벌였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가끔 연락을 주지만, 승소판결이 확정되고 필자 사무실에서 굵은 눈물을 훔치던 당시 그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윤일병 사건이나 필자가 맡았던 사건과 같은 군대 내 가혹행위는 당연히 뿌리 뽑혀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병영문화와 관행 그리고 지휘관이 수사에서 재판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현행 군 사법제도도 이번 기회에 필히 개선되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집단이기주의, 정직과 책임의 부재, 리더십의 부재에 대하여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다. 최근 개봉 10여일만에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을 보면 “忠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하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명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는 법조인들을 포함한 소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들에게

내뱉는 일침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가치는 자신의 출세와 기득권 유지 그리고 집단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집단이기주의에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두려움과 패배, 불신에 사로잡힌 백성 및 병사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의 책임과 소통의 리더십이 정말 소중한 가치로 자리매김 되어져야

할 때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오랜만에 내가 맡았던 그 사건의 아버지에게 안부 인사차 전화를 했다. 그 병사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그리다 결국 얼마전 그 곁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슬픈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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